가장 괴롭고 큰 사랑의 행위(3) (2005/5/15)
 

"저 사람들은 지상의 고통 대신에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속여서는 안 된다. 그대는 자기의 약함을 그런 아름다운 말로 속여서는 안 된다." 페레이라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의 약함, 그렇지 않소. 나는 저 사람들의 구원을 믿고 있기 때문이오." 신부는 고개를 저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대는 그들보다 자기가 더 소중한 모양이지. 적어도 자기의 구원이 더 중요한 모양이지. 그대가 배교한다고 하면 저 사람들은 구덩이에서 끌어올려진다. 고통에서 구출된다. 그런데도 그대는 배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대는 그들을 위해 교회를 배반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같이 교회의 오점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노한 듯 단숨에 말한 페레이라의 목소리가 차츰 약해져서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캄캄하고 차디찬 밤, 나 역시 지금의 그대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행위인가? 신부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라고 한다. 만약 그리스도가 이곳에 계시다면..."

페레이라는 순간 침묵을 지키다가 곧 명백하게 힘차게 말했다. "분명히 그리스도는 그들을 위해 배교했을 것이다."

밤이 조금씩 밝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둠의 덩어리였던 이 울 안에도 희뿌연 빛이 가늘게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위해 확실히 배교했을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신부는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그 손가락 사이에서 잡아 당기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리스도는 배교했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더라도."

"이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아 주시오. 어서 저리 가 주시오. 멀리 가 주시오." 신부는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빗장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벗겨지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하얀 아침 햇살이 흘러들었다.

- 침묵, pp. 198-199.


종교에 앞서는 진리, 즉 사랑을 택한 페레이라 신부. 사랑의 신을 온전히 담을 수가 없는 종교...

현실 속에서의 선택은 딜레마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자신을 바치는 선택은 그 딜레마를 깨버립니다. 단, 자신을 바치기 전에는 딜레마의 극복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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