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괴롭고 큰 사랑의 행위(4) (2005/5/15)
"자!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가장 괴로운 사랑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페레이라는
부드럽게 신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틀거리며 신부는
다리를 끌었다. 무거운 납덩이의 차꼬가 채워진 듯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그를 페레이라가 뒤에서 받쳐 준다. 새벽 어스름 속에 그가
걸어가는 복도는 어디까지나 똑바로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막다른
곳에 두 명의 관리와 통역이 검은 세 개의 인형처럼 서 있었다.
"사와노
씨[=
페레이라].
다 끝났소? 그래, 성화를 밟을 준비를 시켜도 좋단 말이지요? 뭐, 지쿠고노가미님께는
나중에 말씀드려도 좋소." 통역은 양팔에 안고 있던 상자를 마루에
놓고 뚜껑을 열어 안에서 커다란 나무판을 꺼냈다.
"그대는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가장 큰 사랑의 행위를 하는 것이니까..."
다시금 페레이라는 조금 전과 똑같은 말을 신부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교회의 성직자들은 그대를 재판할 것이다. 나를 재판하듯이 그대는
그들한테 쫓김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보다도, 포교보다도 더욱
큰 것이 있다. 그대가 지금 하려는 행위는..."
성화가 있는
나무판은 이제 그의 발 가까이에 있었다. 물결 같은 무늬가 나 있는
약간 더럽혀진 목판에 조잡한 구리로 된 메달이 박혀져 있었다. 그것은
가느다란 팔을 벌리고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의 흉한 얼굴이었다. 신부는
희미해진 혼탁한 눈으로 이 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접하는 그분의 얼굴을
잠자코 내려다보았다.
"자아 용기를 내서..." 하고
페레이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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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pp. 199-200.
왜 이 세상 속에서 진실로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진실한 사랑은 현상계의
매혹에 집착하고자 하는 작은 나를 깨부술 것을 요청하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진실한 사랑을 행하지 못하는 우리 중생의 괴로움은
가짜 괴로움이겠지요, 가짜 나에서 뻗어나온 것이니까. 이 신부의 괴로움도
실은 가짜 괴로움일까요? 괴로운 질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