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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글은 현각 스님이 출가할 최종 결심을 하게 된 깨달음의 순간에 대한
묘사입니다.
나는
여전히 내 안에 큰 물음을 잡고 물고 늘어졌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참선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걸으면서도,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날 오후쯤이었다. 나는 참으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내 맘이 '확' 하고 열린 것이다.
아주 깨끗하고 맑은 길이 내 앞에 열린 기분이었다. 더 이상 잡생각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몸에는 힘이
솟았다. 이것을 생각 이전의 원점인 상태라고 하는가. 더 이상 어떤
고통도 분노도 자책도 없어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감이 차올랐다.
이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일종의 깊은 바라봄이라고 할까.
나의 모든 고통은 환상이며 착각이라는 느낌과 함께 안개가 일시에 걷히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 명상이 1초처럼 지나갔다. 입승스님이 쉬는
시간을 위해 죽비를 쳤는데도 나는 계속 앉아 있었다. 나는 영원히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고 싶을 뿐이었다. 그 다음 한 시간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그 전까지 내가 경험했던 어떤 행복감,
만족감보다 큰 것이었다.
나는 점점 더 깊이 내 안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시간이 끝나자 옆의 승려 한 분이 나를 툭툭 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 뒤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 바로 이거다. 이런
경험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나와 사물에 대한 깊은 자각, 깊은 완성....
이보다 더 귀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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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2, pp. 44-45
이와 유사한 경험을 저는 몇 차례 해봤습니다
- 17세 때 이래로. 가장 최근의 경험은 그 강도가 위의 현각
스님의 경우만큼 현저하지는 않았으나 저를 며칠간은 잔잔한 고요 속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색욕(色慾)을 끌어안되 그것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이었습니다.
매번 이와 같은 경험을 할 때마다 공통된 점 한 가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몰두'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몰두를 제 의지로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게 되었다고 할 밖에요.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의 의지를 초월한 초자아(超自我)적 의지를 신뢰합니다;
그것이 영혼이 되었든, 수호령이 되었든, 아니면 신이 되었든 간에요.
필요한 순간에는 꼭 나타나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이제는 믿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속 편하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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