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의 가르침에 대하여 에크나트 이스와란(Eknath Easwaran)이 편집한 다음의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입니다: God makes the Rivers to Flow: Selections from the Sacred Literature of the World, 1991]


내가 아몬드 나무에게 말하였다.
"자매여, 나에게 신을 말하여라"
그리고 아몬드 나무는 꽃을 피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그레코에게 전하는 글'


위의 인용글은 성 프란치스코가 겨울에 아몬드 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유명한 이야기에서 따온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말을 하면서 나무에게로 손을 가져다 댔고, 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그 아몬드 나무를 깊숙이 쳐다보자 나무와 그 나무가 신과 맺고 있던 관계가 프란치스코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한겨울에 봄날을 맞은 것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의 정수는 상호의존적 동반 발생(interdependent co-arising)의 개념입니다. 이는 문자 그대로, 분리된 원인과 결과가 없는, 주된 원인과 결과가 없는 동시 창조입니다. 아니면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것은 이것이다, 왜냐하면 저것이 저것이므로." 프란치스코에게는 존재의 연결이라는 실재가 우주를 재구성했던 것입니다(실은, 존재의 연결이라는 통찰이 주어지고 그것이 우주를 재구성한 것으로 프란치스코가 받아들였겠지요).

당신은 어떤 나무를 깊숙이 쳐다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그럴 때면, 사유를 초월해 있으며, 나의 자아라는 개인적인 이해(나의 문제거리들과 의견들)가 새로운 차원의 이해로 녹아내려 버립니다. 이것은 진정한 자아가 자발적으로 일어서는 것입니다. 나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이 속에서 나무를 볼 수가 있으며, 그 나무가 그 순간 속으로, 또 그 순간과 나누고 있는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를 경험하고, 단지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지를 작동시켜야만 합니다. 오직 명상의 수행을 통해서만 이러한 의식의 변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에크나트 이스와란이 명상 속에서 말하듯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시간의 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 시간을 초월한 순간에 자발적인 창의성의 모든 가능성이 일어납니다. 흐름이 일어납니다. 개념과 감정의 작동방식들이 순간의 상호연결성을 불분명하게 만들기 전에 이 "갭(gap)"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을까요, 아니면 언어가 이것을 설명하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영문으로 읽었을 때엔 쿨했는데, 저의 글로 우리말로 바꾸고 나니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군요. 아니, 다시 영문을 읽어보니, 영문 자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읽었던 그 순간에만 번쩍 어떤 이해가 발생했었나 봅니다. 그런 행운이 윗글을 겨우 읽어내신 당신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래봅니다. 나중에 좀 더 잘 이해를 하게되면 이 글을 다시 가다듬고 그 2탄을 올리겠습니다. 지금은 2003년의 마지막 날의 망년회를 몇 시간 앞둔 순간이라 차분하게 글이 안써지는군요.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