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제껏
풍운의 조짐이 감돌던 며칠간 삼형제 중의 막내 삼림관은 자신의 숲을
걸어다니며 세찬 바람이 불면 쓰러질 죽은 나무들을 점검하였고, 야생동물들이
얼마나 조용하고 새들은 또 얼마나 쥐죽은듯 숨어 있는지 목격하였다.
그는 숲 언저리에 있는 자신의 작고, 나지막하고 아담한 오두막의 견고함을
점검하고, 그 집이 돌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집 문에서 100 야드 밖에 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죽은지 오래된
거대한 너도밤나무를 베어버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폭풍이 들이닥친 그날 밤에 그는 집안에 앉아, 난로의 희미한
잿불과 벽에 흔들거리는 그림자를 비추고 있는 탁자 위의 촛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바깥 날씨의 동요에 귀 기울이며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서 숲 속의 나무들과 동물들을 떠올렸다. 동물들이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는지... 그리고는 형제들을 떠올리고, 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으며, 그런 한참 후에는 마을 사람들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얼마 되지 않는 추수물을 제대로 챙겨두지도 못한 채 허름한 오두막에
숨어 있을 마을 사람들... 작은 동정심이 그의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와 퍼붓는 빗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이 들은 것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아이의 울음소리는 약하지만 뚜렷하게 다시
들려왔다. 그는 일어나 문 앞으로 가서는 빗장으로 손을 가져갔다.
"지금
저기로 나갈 수는 없어." 그는 생각했다. "나갔다가는 바람에
날아가 버릴 거야, 아니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깔려버리든지. 난 늙었어.
그리고 지금 밖에 있을 아이가 어디 있겠어? 내가 도대체 제 정신이야?"
그러나
그가 이렇게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는 중에도 그 울음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는 바로 커다랗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나무가 쓰러지는
길고도 엄청난 굉음이었다. 그는 그 거대한 너도밤나무가 쓰러진 것을
직감했다. 귀를 기울이고 미동도 않은 채 기다렸지만, 더는 그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문을 확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나무가 쓰러진 쪽을 향해서 폭풍우를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헉헉거리며 힘겹게 그는 달렸다. 그리고는 땅에
드러누워 있는 나무 곁으로 내달았다.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기어다니며
손으로 땅을 더듬던 그는 쓰러진 커다란 나무 밑에서 외쳤다. "얘야,
얘야! 어디 있니? 내가 널 구하러 왔단다! 얘야, 대답 좀 해봐라!"
괴로운
수색 끝에 그의 손이 작고 축축한 얼굴을 만졌고, 그의 손바닥은 작은
심장의 파닥거림을 느꼈다. 아이는 나뭇가지 아래 깔려서 누워있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밀어내면서 아이를 빼내기 시작했다. 혁대에서 칼을
꺼내 거치적거리는 가지들을 쳐내며 조심스레 작은 사내아이를 나무로부터
빼냈다. 그런데 마치 이상한 빛이 그를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는
어둠 속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아이를 구해내서 두 팔로
안아 올리자, 그의 앞길이 훤하게 보였으며 바람도 멈춘 듯 했고 비
또한 잦아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아이를 안전하게 집안으로 옮겨와서
난롯불 옆에 눕히고는 서둘러서 잿불을 훅훅 불어서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젖은 옷을 벗기고 자신의 망토로 아이를 감싸고는
아이의 차가운 손과 발을 손으로 비벼서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이의
온몸을 정성스레 살피면서 뼈가 부러진 데는 없는지 확인하고, 아이의
이마 위에 난 긴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 냈다. 한참
후에 그 아이는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눈을 떴다. 아이는 놀란 듯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삼림관의 얼굴을 보고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와 함께 바람이 사그라졌고, 퍼붓는 비가 그쳤으며, 세상에 평화가
깃들었다.
그리고 아이는 돌아누워서 낡은 망토로 파고들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삼림관은 바로 옆에서 아이의 자그마하고 고요한
얼굴과, 곱슬한 머리카락과 작은 갈색 손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몸과
영혼도 지친 탓에 잠에 떨어져 버렸다.
눈부신 햇살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활짝 열린 오두막집의 문으로
신선한 아침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롯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낡은 망토와 피묻은 누더기만이 남아 있을 뿐. 말리려고 걸어두었던
아이의 누더기 옷도 사라졌고, 아이 또한 사라졌다. 그는 문밖으로 뛰쳐나가서
새로워진 아침을 향해 외쳤다. "얘야, 얘야! 어디 있니?"
그러나 대답한 것들은 지저귀는 새들과 쓰러진 나무 위에서 돌아다니는
다람쥐와 풀숲에서 뛰어다니는 토끼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숲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차렸고, 형제들과 마을 사람들을 떠올렸으며,
마음속에서 커다란 연민의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자신이
여전히 살아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음에 기쁨을 느꼈다. 그는 길을 따라
힘차게 달려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