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까먹기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이어집니다.]

여러 해 전 짐과 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함께 여행하던 중의 기억인데, 우리는 나무 아래 앉아서 귤 하나를 나누어 먹었답니다. 그는 우리가 장차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짐은 우리가 멋지거나 고무적인 계획에 관해서 생각을 할 때에는 언제나 그 계획에 너무도 푹 빠져버려서, 바로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잊어버렸습니다. 그는 다시 귤을 씹기 시작하기도 전에 귤 한 쪽을 쪼개서 입에다 넣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귤을 먹고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자네는 먼저 입 속에 들어있는 그 귤 쪼가리를 먹어야 하네." 짐은 깜짝 놀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습니다. 그건 마치 그가 귤을 전혀 먹지 않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약 그가 무언가라도 먹고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앞날의 계획을 "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귤은 여러 쪽으로 나뉘어 집니다. 당신이 단지 한 쪽을 먹을 수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귤 한 개를 전부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귤 한 쪽을 먹을 수가 없다면, 당신은 귤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짐은 이해했습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려 놓고, 이미 자신의 입 속에 들어가 있는 한 쪽이 거기에 있다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는 그 쪼가리를 세심하게 씹고 나서야 손을 뻗어서 또 다른 쪼가리를 집어 들었습니다.

훗날, 짐이 반전 활동 때문에 감옥에 갔을 때, 저는 그가 감옥의 사면의 벽을 견디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아주 짧은 편지 한 통을 그에게 보냈습니다: "자네는 우리가 함께 있었을 때 나누어 먹었던 그 귤을 기억하겠나? 자네가 그곳에 있는 것이 귤과도 같네. 그것을 먹고 그것과 하나가 되게나. 내일이 되면 남는 게 없을 테니까."


아무리 바빠도, 무엇을 하더라도 꼭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을 충만하게 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