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적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어요?

땅을 파기 시작할 때 동네에서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무료식당과 무료진료소가 있으면 됐지 무료병원까지 생기면 전국에서 너무 많은 거지, 행려병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다고 하더군요. 집값 떨어진다는 거죠. 1년 반 동안 공사도 못하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동네 주민들이 스스로 민원을 취하한 겁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골목에 휴지 한 장 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했습니다. 밥 퍼주는 봉사활동을 해도 언제 이 골목이 그랬냐 싶게 모두 청소를 해놓았어요. 거리의 행려병자들을 모두 데리고 와 목욕시켜 줬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 인간 아무리 말려도 할 것 같은데, 어차피 할거라면 우리 동네에서 하게 하자”고 생각했나 봅니다. 제가 쌍굴다리 아래서 14년 동안 밥을 펐는데, 올해 드디어 식당을 세웠습니다. 12년 전에 구의회와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는데, 거지들이 우글거린다며 구청 점거까지 하며 반대하던 주민들이 드디어 맘을 바꾼 겁니다. 리어카 끌고 가서 밥 퍼주고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 밥 먹은 지 12년 만입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성숙함을 엿볼만한 대목이라 자랑스럽고 동네 주민들을 온누리에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비싼 땅이니까 상징적인 의미로 지은 것이고요. 익명의 독지가가 경기도 가평의 12만 평의 땅에 요양원을 지으라고 3억 원을 기증했어요. 평생 번 돈을 갖고 온 것이었어요. 그분은 개원할 때도 안 나타났습니다. 교포 중 한 분도 요양원을 위해 10만 달러를 기증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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