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난과 역경
 

우리는 화제를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로 돌렸다. 최 목사가 다일공동체를 세운 것은 14년 전인 1989년. 전도사 시절 우연히 청량리역 앞에서 네 끼를 굶었다는 걸식노인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에게 설렁탕을 대접하면서 청량리 일대에 수백 명의 노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독일로의 유학을 포기하고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준 것이 시작이었다. 목사가 된 후 그는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행려자와 노숙자를 위한 무료밥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청량리 588 인근에서 포주들이 뿌리는 왕소금도 맞고 멱살도 잡히고 가래침 세례도 당해야 했다. 지역 이권다툼에 휘말려 깡패들의 주먹다짐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적도 있었다.

처음 청량리에서 사역을 시작하실 때, 이곳에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동안 청량리를 떠나고 싶은 적은 없으셨나요?

있었죠. 저도 인간인데. 성품과 역량이 오히려 보통사람들보다도 더 모자랍니다. 여러 번 떠날 생각을 했죠. 사실은 딱 5년 만에 떠날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탈진해서, 제 자신의 한계가 보였습니다. 몸과 마음은 탈진했고 영성이 거덜나서 피멍이 들었습니다. 입에서는 매번 죽겠다, 하는 신음소리만 났습니다.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했습니다. 청량리 할아버지한테 발목 잡힌 게 3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어 있더군요. 5년 동안 후원회원이 있길 합니까? 교인이 있길 합니까?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있길 합니까? 다들 제도권 교회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있어서 하는 것과 없어서 하는 것은 다르죠.

어머니께서 “자기 친어머니 하나 봉양 못하면서 무의탁 노인을 섬기냐”며 “유학을 가든지 큰교회 목회를 하든지 해라. 왜 도시 뒷골목에서 윤락여성들 등이나 두드려주고 거지들 밥 먹이고 있냐”고 하시더군요. 아내도 짐을 쌌습니다. 그만 하라는 사인인가 보다, 다일공동체 하려다가 가정공동체 깨지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김진홍 목사님이 “내 사랑하는 후배가 가정 깨지는 거 보고 싶지 않다”며 “부인 말씀을 예수님 말씀처럼 들어”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가정을 깨고 뭐 다른 걸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내셨습니까?

안식년 1년 동안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을 썼습니다. 그걸 쓸 때만 해도 한 5,000부쯤 나가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70만 부나 팔렸습니다. 그후부터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왔지요.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도 10년 넘게 봉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후원회원이 800명 정도이고요. 자원봉사자 중에 소망교회의 박명희 권사님이나 남서울 은혜교회의 조영복 권사님 같은 분들은 12년 동안 한주일도 빼놓지 않고 와서 봉사했는데, 얼마 전 딸이 아이를 안고 와서 “엄마가 늙어서 못하면 제가 바통을 이을게요” 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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