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배신
 

목사님 에세이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에 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저는 노숙자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다 내 부모님 같다가도, 까딱하면 바지에 똥오줌 갈겨대는 사람, 알코올 중독자, 가래침 뱉어대는 행려자,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이가 짐승인가? 내가 사람 섬기고자 여기 왔지 짐승 섬기자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라고요. 인간적인 갈등도 꽤 겪었을 것 같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들이 많습니다. 죽을 사람 살려놓고실컷 먹이고 입혀주니까 다음날 제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돈 3만 원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정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실감했습니다. 인간이 왜 이렇게 악한 것일까, 하고 절망을 했지요. 보람이 있고 열매가 있어야 할텐데, 걸핏하면 죽고 사라지니까요.

죽음의 위협까지 받았다니, 그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고도 이 사람들 곁에 계신 이유는 뭔가요?

마더 테레사께서 그러더군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 그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독거노인 두 분이 서로 정붙이고 살겠다고 해서 제가 너무 기뻐서 이불도 사주고 도배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며칠 안 보이기에 떡과 음식을 싸서 찾아뵀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 음식을 벽장 속에 숨겨놓는 겁니다. “할망구가 먹을 거 생기면 지만 먹어” 하면서요. 같이 정붙여 사는 할머니 떡 하나 못 나눠줄까, 싶은 절망감에 무척 우울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영락교회를 담임하시던 임영수 목사님께 그 얘길 했더니 “마누라 모르게 통장 챙기는 거하고 똑같지, 그 사람은 가진 게 떡밖에 없으니까 그렇지요.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풀렸어요. 지나놓고 보니까 이해 못할 일도 없고 용서 못할 일도 없어요. 사실 겉만 멀쩡한 인간들이 추잡한 모습을 더 많이 보이잖아요?


      6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