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회학 수업을 위한 추가 읽기자료

다음 내용을 모든 학생들, 특히 사회학 수업 준비에 배정된 학생들은 잘 읽어오시기 바랍니다.

1. 사회학과 교육사회학
사회학은 인간의 의식(attitude)과 행동(behavior)의 배후에 있는 사회의 영향력에 대해서 탐구하는 학문이고, 따라서 교육사회학은 교육 환경 속에서 그 구성원들이 사고하고, 믿고, 느끼고, 행동하고, 의사결정하는 배후에 있는 사회―학교 보다 거대한 환경―의 영향력에 대해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우리가 학교 속에서 교사로든, 학생으로든, 아니면 학부모로든 간에 어떤 의견을 형성하고, 어떤 실제적 행동을 취할 때, 그것이 단순히 우리의 내면의 의사나 결심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교육사회학은 지니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사회의 어떤 경제수준의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어떤 교육수준의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어떤 연령 세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어떤 특정 가치관을 신봉하는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어떤 조직의 어떤 구조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나의 의식과 행동이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의 힘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런 사회의 힘으로부터 독립한 나 자신의 개체의 영향력과 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다는 일단의 희망까지도 교육사회학은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교육사회학의 주요이론 중, 구조기능론과 갈등론, 해석학적 이론,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이론 등이 많은 교육사회학 교과서들이 제시하고 있는 기본적 틀입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이론들 중, 가장 통용성이 넓은 기능론과 갈등론에 대해서 좀 더 상술하겠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많은 교과서들이 제시하고 있는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 강사 개인이 독자적으로 이 이론들을 공부하며 형성하게 된 나름의 해석이므로, 특히 교원임용고시용 참고서 등의 내용과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저의 석사논문 지도 교수님은 비판이론(좌파 성향)의 신진 기수였고, 박사논문 지도 교수님은 구조기능론(보수 성향)의 태두였기에, 학문 훈련 기간 동안 교육사회학 이론들에 대해 공부를 좀 한 편이라서, 아래의 내용이 근거없는 사설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 구조기능론
첫째로 기능론, 또는 구조 기능론(structural functionalism)은 에밀 뒤르껭 류의 사회학적 전통에서 뻗어나온 이론으로, 사회를 인간의 신체에 빗대어 보고, 신체의 각 기관이 주어진 기능을 완수하여 신체 전체의 조화를 유지하듯, 사회의 각 기관도 사회의 건강한 유지 보존을 위하여 제 기능을 완수하며, 이런 상태를 평형(equilibrium)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로 봅니다. 그런데 어느 기관인가가 제 기능을 완수하지 못하였을 때, 그 평형은 깨어지고 사회 전체의 건강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거시적 관점에서 주로 인력의 선발/배정(selection/allocation)과 사회화(socialization)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학교가 이 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그 사회 전체의 안녕이 위협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한 때 미국의 사회과학계를 풍미했던 이 기능론은 미국의 베트남 참전 및 패퇴와 맞물려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이론의 보스인 Parsons가 CIA의 베트남 개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점차 학계에서 그 간판을 내리게 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그 이론적 정합성이 완전히 거부되지는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이 어떤 현실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용한 해석의 틀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3. 갈등론(conflict theory)
둘째로 갈등론은 사회를 유산 계급과 무산 계급 사이의 투쟁의 장으로 보는 마르크스 주의 캠프에서 태동한 이론으로, 흔히 '천박한(vulgar) 마르크시즘'이라고 후기 마르크스 주의자들에 의하여 비판 받았던 경제적 결정론(economic determinism)―사회의 경제적 토대가 상부구조(정신 문화 쪽)를 결정한다는―으로부터 자양분을 얻어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에는 상부구조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문화 재생산 이론' 쪽도 부상하였습니다. 어쨌든 이 이론 그룹의 후발 주자로 볼 수 있는 '재생산(reproduction) 이론'들에 따르면, 사회의 지배적 집단이 자신의 지배구조를 유지 보존하기 위하여 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일반 국민들은 지배 계층의 가치관, 세계관, 규범 등을 보편 타당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조종, 또는 '교육'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소수 부유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스포츠인 골프가 '국위선양'을 한다니까 대다수 국민들이 골프가 자신에게도 좋은 스포츠라고 믿게 되는 것 같은 경우를 들 수 있지요 - 대체로 자신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즐기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골프장 건설 때문에 산림 파괴, 약물공해 및 물부족
(골프는 단위면적당 물소비가 최대량인 '산업'임; 현재 세계는 심각한 물부족 현상에 직면해 있음)이라는 피해만을 볼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피지배 계층 역시 지배 계층의 가치관 등을 공유하게 되어, 지배 계층처럼 생활하기를 갈망하는 자발적 동조자로 재생산된다는 것이지요. 일견 매력적일 수 있는 이 이론은 그러나 실증적 증거의 빈곤, 교조주의적 이론 적용, 그리고 피지배 계층의 행동 동인(動因)에 대한 일률적 폄하 등등의 연유로 90년대부터는 급격히 그 세력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비판적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4. 비판이론, 해석학,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사회학자들은 갈등론의 지류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으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 부류로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을 들 수 있습니다. 원래 비판이론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탁월한 사상가들(호크하이머, 아도르노, 마르쿠제, 프롬, 하버마스 등)이 현대 문명 제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의 도구로써 제시한 것인데, 이를 교육 부문에 계승한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교육의 비판이론을 구축했습니다. 교육의 비판이론을 단순화하자면, 마르크스주의 계열 재생산 이론과 해석학쪽의 상징적 상호교류이론(symbolic interactionism)을 결합시킨 이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후자는 교육의 내적인 역동성(micro-dynamic)을 이해하도록 돕는 미시적 관찰의 시각
(인류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을 제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은 비판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바 적지 않지만, 전대(前代)의 사상가들을 지배했던 주류(mainstream) 중심적 거대 담론(master narrative)으로부터 벗어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주변부(periphery)로부터 사회와 문화가 움직이는 다양하고도 미묘한 성격들을 한 꺼풀씩 벗겨보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주로 정부에 의해 주도 되어온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와 다양한 대안 제시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사상과 이론의 계보 제시 및 간략한 설명은 제가 좋아하는 교수-학습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고, 현대의 사회철학 사상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난해한 문자의 나열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친숙한 분들께는 일종의 사상적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사상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신에게 유의미하게 써먹는 데 있다고 보는 저로서는, 위의 이론들 중 두 가지를 활용하여 우리의 교육 현실을 이해하는 시도를 해볼 것을 권유해봅니다.

질문: 위의 구조기능론과 갈등이론(재생산 이론) 두 가지중 어느 쪽이 우리 나라의 입시위주 교육이라는 현상을 더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까?


잠시만이라도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생각해본 후에, 선생의 해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선생의 해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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