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남, 그리고 둘째 날 함덕 해안
 

우리 가족은 제주까지 두 팀으로 나뉘어 출발했습니다: 저와 큰 딸내미는 차에 짐을 가득 싣고 완도로 이른 아침에 떠나고, 아내와 둘째는 낮에 비행기 편으로 제주에 도착하여 미리 숙소인 콘도로 가 있는 것이지요. 이는 차몰고 정처없이 길 떠나는 종류의 여행을 아내와 둘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차멀미도 많이 하기 때문에 고안해낸 꼼수였습니다. 먼저 떠난 저와 큰 딸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평균 130km 정도로 질주하여 목포를 거쳐 해남까지 갔습니다. 해남의 마을 사당 앞에서 잠시 쉬며 딸이 사당을 스케치하는 동안, 저는 전 날의 마지막 강의에서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낸 저의 지극히 편향된(^^) 교육관에 충격을 받아 혼란에 빠졌다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서투른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위안의 말을 보냈습니다. 깨달음에 이르게 해주는 깊은 성찰은 반드시 혼돈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혼돈 속에 고민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언제나 저를 가슴 아프게 합니다; 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차를 완도항에서 카페리선에 싣고 제주항까지 가는데에는 3시간 10분이 소요되며, 운임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미니밴을 실은 우리의 경우 왕복 배삯만 30만원이 넘었습니다). 청명한 날씨에 남해를 가로질러 제주도로 가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한없이 물결을 바라보며 갑판에 서있고 싶었습니다. 따님께선 조금 지루해했지만요. 결국 해가 뉘엇뉘엇 질 때에나 되어서야 잠시 이산되었던 우리 가족은 콘도에서 상봉하고 여행 첫날이 끝났습니다.

둘째 날엔 날씨가 매우 청명하여 한라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한화콘도에서 제주항 앞바다와 멀리 전라남도까지 시원스레 다 보였습니다. 이날은 북부 해안에서 놀았는데, 아이들이 그 무엇보다도 '바다'를 강력히 주장하였기에 함덕 해수욕장(사진)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덕의 옥색 바닷물은 언제보아도 매혹스럽고 이국적입니다. 고운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도 지극히 즐거운 아이들은 썰물 뒤에 고인 드넓은 해수 웅덩이에서 손바닥만 한 생선과 게 등을 발견하고 흥분해마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가져간 아이스박스를 비우고 그 안에 이 운나쁜 해양생물들을 포획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왼종일이라도 그곳에서 질리지 않고 놀 수 있을 겁니다.

함덕에서 북동쪽으로 향해서 성산포 쪽으로 구부러지는 세화 해안 도로는 경치가 기막힙니다. 우리는 성읍 쪽 내륙으로 방향을 돌려서 큰 딸내미에게 만원 짜리 승마 한 번 시켜주고(둘째는 무서워서 못탐), 사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둘째날의 명상 기록은?: 명상은 무슨 명상, 두 아이들 뒤치닥거리 해주고 바다에서 함께 뒹굴며 노느라 하루가 홀라당 지나가버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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