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해변 공원과 그 후의 일정
 

다섯 째 날이자 제주도에서 노는 마지막 날, 서부 해안으로 향하기에 앞서 아침에 잠깐 서귀포의 해안 공원에 들렀습니다. 그곳의 위와 같은 풍경은 평상적으로 품고 있던 '한국적'이라는 것의 이미지와 도저히 일치하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이었습니다.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남부의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한 이곳을 뒤로하고 떠나서는, 서부의 협재 부근 한림공원을 구경한 뒤에 남은 반나절을 그 앞의 금릉 해수욕장에서 보냈습니다. 발바닥에 찰랑거릴 정도의 바닷물이 참 길게도 뻗어있는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해수, 그리고 그 앞에 우뚝 솟아있는 그림같은 섬 하나. 금릉도 함덕 못지 않은 절경입니다. 금릉에서 게를 실로 수십 마리 잡아 페트 병에 담아서는, 저녁 때에 제주시 주변 해안의 펜션(모텔에 보다 근접한)까지 가져가서 된장을 풀어 게 찌개를 끓여 먹는 것으로 우리 가족의 제주 여행은 그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미항(美港) 서귀포, 한 번 눌러 앉아서 살아보고픈 곳입니다. 뭐 해서 먹고 살까가 문제이긴 하지만요. 저는 젊을 때 외국에서 이곳 저곳 주거지를 옮기며 살았던 습관 탓인지,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타지에 가서 살아보고픈 마음이 자꾸 일어납니다. 물론 처자식이 딸린 지금 그것은 헛된 바램에 불과합니다만. 그래서 이렇게 여행이라도 열심히 다니며 사는가 봅니다. 번 돈 전부 써버리면서까지. 여행으로나마 내가 평소에는 저지르지 못하고 있는 일들을 저지르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새로운 경험과 아직까지는 알지 못하였던 가능성에 대한 두근거리는 가슴이 없다면 삶이란 것이 꽤나 따분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 허락해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