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동쪽을 돌아
 



여행 삼일 째, 또 바다에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번에는 제주도 동남쪽의 표선을 처음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틀을 잘 쉬게 해준 함덕의 펜션을 뒤로 하고, 12번 일주 도로를 탔습니다. 동쪽으로 향하다 '만장굴' 표지가 나오길래 아이들에게 동굴 구경 하고 싶냐 물어보니, 의외로 둘 다 그러겠다 합니다. 2년 쯤 전에 단양의 동굴에 데려갔을 때엔 심약한 큰 녀석은 무섭다며 쩔쩔 맸었는데. 이십 대에 혼자 제주도 왔을 적에 12번 도로 위에서 버스를 하차하여 만장굴 입구까지 걸어갔던 그 기나긴 진입 도로, 이번에 차로 가보니 5분 거리밖에 안됍니다. 만장굴 안은 놀라울 만큼 기온이 낮아 한기가 느껴졌고, 처자식들은 춥다며 몸을 오그렸지만, 끝까지 씩씩하게 손 잡고 달려갔다 왔습니다.

만장굴을 빠져나와 세화를 지나 성산 일출봉 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곳에 조개잡이로 유명한 갯벌이 있다며 아내가 가보기를 원했습니다. 일출봉 입구의 그 갯벌을 발견하였으나, 아이들은 갯벌 보다는 바닷물이 넘실대는 백사장으로 가자고 졸라대어, 별 수 없이 차를 돌려 표선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성산 일출봉 진입로 오른 쪽의 그 갯벌에 계신 한 노인께 여쭤보니, 물이 빠지면 순식간에 바케쓰를 그득 채울 만큼 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합니다.) 당도해보니, 표선의 해안도 수심이 매우 완만하고 백사장이 드넓어 어린 아이들이 놀기는 참 좋아 보였고(위의 사진이 표선 해수욕장), 일요일이라 그런지 놀러온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늘막까지 치고 자리 잡아 앉은 뒤 조금 뛰어놀던 둘째가 발바닥이 아프다며 울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진 주차장까지 엄마가 가서 깨끗한 물과 치료약을 가져와 아이의 발을 씻어내고 연고를 발라준 후에도 아이는 제대로 일어서서 걷지를 못하였습니다. 둘째는 엄살이 많은 아이가 아닙니다. 병원에서 주사 맞을 때도 울음을 꾹 참는 아이니까요. 일어서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점심 도시락이나 까먹으며 추이를 관망해봤으나 별 진전이 없어 할 수 없이 그늘막을 걷고 짐을 도로 다 챙겨 차로 돌아갔습니다. '어휴, 일요일에 또 병원 찾아나서야겠군'이라고 속으로 투덜대며. 올해들어 둘째 나나가 자주 다치는 편입니다.

헌데 차속에서 아이 상태가 좀 회복된 것 같고, 잠도 들었고 하여 일단 쓸만 한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표선에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유유히 섭렵해보았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눈부신 바닷가, 제주도 남쪽 해안의 아름다움의 정수를 맛보며 즐긴 드라이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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