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의 해변(1)
 

작년에도 아이들과 예쁜 추억 잔뜩 만들어 놓았던 금릉 해수욕장,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 저의 원시적인 사진 촬영 솜씨로는 도저히 그대로 담아낼 수 없는 절경입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뒤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드러나는데, 이 백사장의 바다 쪽 정면에 위와 같은 자그마한 섬이 동그마니 솟아 있기 때문에, 육지와 그 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지반은 매우 얕은 수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아이들이 놀기에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지형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사진 왼쪽 가운데에 보이는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동그란 백사장이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릉 해변 그 자체는 거의 파도가 없이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하여, 그 타원형 모래섬 외곽으로는 제법 세찬 파도가 밀려듭니다. 따라서 취향이나 능력에 따라 다양한 해양 환경을 즐기며 놀 수 있는 곳이지요.

여행 나흘 째날, 바다산책 펜션에서 아침을 맞고 보니 그날따라 유난히 날씨가 화창하여, 무조건 바다로 놀러가기로 결정하고는, 서귀포보다 더 동쪽인 남원으로부터 섬 일주도로인 12번과 내륙 산간 도로를 거쳐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이 금릉으로 내달았습니다. 서귀포 시내와 중문에서 협재로 이르는 산간 지역을 구경하며 달리는 드라이브의 재미도 만만치 않았지만, 산간 도로에서 보여준 애비의 다이내믹한 운전 솜씨 덕분에 나나가 차멀미를 하여 도중에 차를 세우고 쉬어야만 했습니다. 어쨌든 이날, 이 천혜의 자연 공간을 우리 가족이 독차지했습니다. 너른 해변의 모래는 해운대나 경포대처럼 푸석거리지 않고 단단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운데, 그 희고 고운 모래밭 위에 우리 가족의 그늘막 한 채만이 덩그러니 자리 잡았습니다. 간섭하거나 방해할 이 아무도 없고, 우리 맘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는 최고의 해수욕장이 개장한 것입니다.

엊그제 텔레비전 뉴스에서 개장한 어느 해수욕장의 인파를 취재한 내용을 보니, 해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다는 한 젊은 여성이 등장하더군요. 저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겠지요. 하긴 제 아내도 저처럼 적막강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조금 북적대는 해수욕장을 선호합니다만. 저는 사람들과 만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 이원복 교수가 그린 '치티치티 방방'이라는 만화 속에서, 한 가족이 만능 자동차로 하늘을 날아 아무도 없는 그림 같은 조용한 해변에 착륙하여 자기들끼리만 왼종일 신나게 노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나도 꼭 그런 곳에 가서 그렇게 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더랬습니다. 어릴 적 바램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다행히 시시와 나나는 아빠와 성향이 같습니다. 혹은, 걔들이 아직 북적대는 바닷가의 재미란 것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런 재미를 스무 살 안팎의 아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여기는 저 자신이 너무 고리타분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