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개신교의 길 (2007/7/9)

나의 한국 개신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 싸이트 도처에 널려있다. 나는 신을 섬기는 수행자로서 받들게 된 예수의 가르침을 존경하고, 신약 성경을 즐겨 읽지만, 그 가르침이 이 땅의 개신교 교회에 들어와서 변질된 것을 대단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것이 신앙과 종교의 차원에서 중생의 영성에 미칠 해악과, 사회문화의 차원에서 한국인의 의식에 끼칠 악영향, 그리고 개인적인 일상의 차원에서 나에게 유발시키는 짜증 등등 때문에 나의 시각의 비판성은 경감되질 않는다. 시민사회의 공중 예절을 무시하며 지하철에서 생면부지 타인들에게 지옥 갈 거라며 고성으로 협박하는 광신도와, 철모르는 초등학생들을 하교 길에서 붙잡아 교회 안오면 지옥간다며 사채업자 빰치는 위협을 일삼는 개신교 영업사원들과, 버젓이 성당이나 절에 (또는 심지어 타 교회에) 나간다는 표지가 붙어있는 가정집 문을 두드려서 자신의 교회에 나와야만 구원받는다는 (즉, 지옥에 안 떨어진다는) 강매 활동을 일삼는 수많은 개신교도들이 유발시키는 짜증 때문에만 내가 계속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역사의 굴곡을 통해 심하게 상처받은 한국인의 의식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하는 개신교의 분리주의적 선민의식, 오만한 독점의식, 이기주의적 폐쇄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지독한 무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나의 동족인 한국인들이 우리의 비극적 업장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앞으로도 개신교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이곳에 게시할 것이다.

오늘 대형 개신교 교회의 스타급 리더인 옥한흠 목사의 의견이 신문 기사에 실렸다. 그 기사를 여기에 게재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옥목사의 견해에 찬성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더많은 일반 개신교도들이 자신들의 리더가 품고 있는 생각에 노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회개 않고 복음 변질시켜"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목사인 옥한흠(69.사진) 목사가 교계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옥 목사는 8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교회 지도자를 향해 "복음을 변질시켰다는 주님의 질책 앞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됩니까. '나는 아니오'라고 발을 뺄 수 있는 목회자가 얼마나 됩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가리키며 "거룩하신 주여. 이놈이 죄인입니다. 이놈이 입만 살아서 회개한 한국 교회의 종입니다. 겉모양은 돌아가지만, 내면은 죄악이 쌓여 있는 한국 교회를 깨끗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옥 목사는 2003년 정년 5년을 앞두고 신도 수 5만 명의 사랑의교회(서울 서초동) 담임목사를 오정현(51) 목사에게 물려준 이후 원로목사로 일해 왔다.

이날 대표 설교를 맡은 그는 "교인들에게 '행함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거짓 믿음이다. 구원을 받을지도 책임질 수 없다'고 하면 사람들 얼굴이 싸늘해집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사역할 때도 그걸 느꼈습니다. 회개나 반성보다 듣기 좋고 부드러운 말을 골라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복음을 변질시켜 갔습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공동대회장 강성일(예장합신총회장) 목사도 "한국 교회가 일제의 강압에 굴종해 신사참배를 했고, 사회와 정치적 불의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참회했다.

'교회를 새롭게 민족에 희망을'을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10만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국내 보수.진보 교단의 연합행사로 치러졌다. 나팔수 100명의 팡파르로 시작해 감사예배, 부흥의 불꽃놀이 등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회는 1907년 길선주 목사의 주도로 일어난 영적 각성 운동인 '평양대부흥운동'을 기념하고, 개신교의 새 출발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개최됐다.

- 중앙일보, 2007.7.9

실은, 젊은 '진보적' 성향의 목사들 뿐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수의 개신교 교단의 지도자급 성직자들이 위의 옥목사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싸이트의 '울타리 없는 신앙' 쎅션에 소개한 예만도 꽤 된다: 최일도 목사, 김경재 목사, 김진 목사, 김흥호 목사, 송상호 목사, 강원용 목사, 박민수 목사. 혹여, '권위'있는 개신교계 거목들의 시각이 궁금한 이는 강원용 목사 - 논란의 여지없는 교계의 원로이자 권위 - 와 김흥호 목사 등이 위의 옥한흠 목사와 견해를 달리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봄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 출간된 정용섭 목사란 분의 개신교 설교 비판서 2권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시간이 없어 이 싸이트에 아직 소개를 못하고 있다: 『속 빈 설교 꽉찬 설교』와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가 그것이다. 나는 정목사를 높은 학문적·신앙적 경지에 이른 인물로 간주한다. 이분들 각각의 의견이 똑같을 수는 없으나, 대체로 김용옥 교수가 얼마 전에 개신교의 회생을 위해 주창한 바와 소통하는 부분들이 아주 많다고 본다. 또한, 철학자 김형효의 교회 비판 및 한국인 의식(그리고 마음)의 치유에 대한 주장도 한국 개신교에 대한 기본적 평가에서 일치한다.

나는 위에 거론한 인물들과 동일한 현상적 인식에 터해서 개신교의 진정한 갱생을 희망한다. 그건 '짜증' 때문만이 아니다; 반감 심리와 같은 유치한 수준에서 뿐만이 아니다. 그건, 사랑하는 내 자식들이 살아갈 이 땅이 참으로 인간다운 공동체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매우 실용적인 수준에서 발동한 희망 사항이다. 나는 한국인들이 - 물론, 나 자신 포함하여 - 파괴적 이기심에서 벗어나 보다 높은 존재의 경지를 지향하기를 바라건만, 개신교는 이 나라 국민의 파괴적 이기심을 더욱 부추겨 내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다.

얼마 전에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한 젊은 애엄마가 아직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얘, 착한 일 한다고 천국가는 거 아니라고 그랬지?" 아이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 나라도 아무 대답도 못하겠다. 그럼 착한 일 하지 말라고? 그녀가 개신교 신자임은 확실했다: 잠시 후에 '기독교 서적은 왜 없나?'며 자신의 종교적 소속을 굳이 익명의 주변인들에게 큰 소리로 선전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 기독교 서적은 기독교 서점 가서 찾을 일이지.

선행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써만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신학적 구호를 그간 개신교가 얼마나 남용해왔는지 나 자신 여러 번 목격해왔다. 그러나 그 신학적 구호가 생활 속의 보통 사람에게 이렇게 해석되고 있음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하나님'의 신성을 내면에 품고 있는 인간이 착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조차도 방해하는 종교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종교인가?

행함과 관계없이 오로지 믿음만으로 구원받고 천국 간다는 것. 이거 지극히 심오한 메시지다. 영적 차원에서의 존재의 돌아섬이 의식 차원의 행동의 변화에 선행해야 한다는 - 그리고 실제로 선행한다는 - 선언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이 메시지는 귀한 보석이다. 허나 보석을 돼지에게 던져주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메시지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과연 보석과 같은 이 메시지를 모든 초심자 신도들에게 거침없이 던져주는 개신교 목회자들은 이 메시지의 심오함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나 한 것일지, 나는 그것을 의심한다. 옥한흠 목사의 자성을 개신교계가 수용하기만을 바래본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김용옥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개신교 목회자 교육부터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개혁은 강원용 목사 등등의 지도자들이 전해주는 가르침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심원한 개혁의 실현 가능성을 사실, 나는 회의한다. 자본과 결탁한 종교가 그런 변화를 스스로 꾀한 역사적 실례를 모르기 때문이다. 종교는 고대에도, 중세에도, 돈과 권력을 등에 업으면 반드시 타락했었다. 게다가 지금은 명실공히 '자본주의' 시대가 아닌가.

위의 개신교 교단의 대형 행사의 구호처럼, 정녕코 '민족에 희망을' 주고자 한다면 교회가 먼저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 믿음과 행함은 결코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선행으로 인하여 믿음에 이르게 되지는 않지만, 믿음은 선행을 자연스럽게 수반한다.

* 위의 옥한흠 목사의 설교와 관련하여,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가 2차례 후속 기사를 실었습니다. 백성호 기자의 글에는 본 싸이트의 종교성의 스타일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 내용을 다음 링크에 퍼다놓습니다. → 옥목사에 관한 백기자의 추가 기사들

'수행일상 2007'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