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 Suk Hoon Han                                                                                                                                                                                      

변산에서 최종 목적지인 금산으로 가는 길의 중간 쯤에 있는 남원을 셋째 날 묵을 곳으로 잡았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씩 차 타고 움직이는 것이 무리도 없으면서 여행 다니는 맛도 나기 때문이지요. 저는 삼십여 년 전에 가족들과 남원에 와서 추어탕 한 그릇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 저의 아버지는 식도락인 편이시어 여행 다닐 때마다 지역의 대표 음식점을 찾아가시곤 했었는데, 저는 음식에 대해 그 정도의 열정이 없어서 대충 향토색 짙어보이는 곳으로 갑니다. 다만 술을 즐기기에, 예컨대 남원에 왔으면 전라도 밥상 받아놓고 반주 한 잔 하는 것을 낙으로 여깁니다만, 가족과 여행 다니면서는 그런 낙을 누리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 운전도 해야 하고, 대작 상대도 없고. 이번 남원행에서는 광한루도 보고 춘향테마파크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눈여겨 봐둔 식당에 가서 모처럼 욕심내서 동동주 한 사발을 시켰습니다. 허나 식구들이 후다닥 식사를 마쳐 버린 덕분에 동동주를 절반은 남기고 식당문을 나서야 했습니다. 자칭 애주가가 차마 저질러서는 안될 망발(술 버리기)을 저지르고야 말다니... 아이들은 밤에 여관방에서 뒹굴며 노트북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재미나게 보고 잤고, 저는 다음 날을 기약하며 술 욕심을 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