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2)
 

 © Suk Hoon Han                                                                                                                                                                                      

작년에는 이곳의 리버빌 펜션의 2호점에서 묵었고, 이번에는 강 건너 편에 있는 1호점에서 두 밤을 지냈습니다. 숙박비가 만만치 않기에, 성수기 가격 적용이 막 끝난 시점에 맞춰서 예약을 했습니다. 늘 비수기에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경비를 절감할 수는 있지만, 아내는 우리가 언제나 파장한 피서지만 찾아다닌다며 빈정댑니다.

이번에 묵은 리버빌 1호점 바로 앞의 강 건너 편에는 위의 사진과 같은 자그마한 바위가 수면 위로 솟아나와 있습니다. 그 바위 주변의 물은 어른 키를 훌쩍 넘을 정도의 수심인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아이들을 그쪽으로는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또, 인근 마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그 드너른 강변의 유일한 행락객이던 우리에게 깊은 곳은 위험하니 가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잠시 뭍으로 나와서 모래를 파며 놀다가 다시 물가로 돌아와보니, 정박시켜 두었던 에어 매트리스와 튜브 하나가 저쪽 강 건너편 바위 옆까지 떠내려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수영 실력에 큰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다소 폼은 안나지만 아동용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강을 건너갔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얕은 곳에서 놀고 있으라고 해놓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바위 부근에 가보니 강물 속이 시커먼 게, 깊이가 어떤지 가늠할 수가 없어 조금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 그래봤자 2-3미터에 불과할테지만. 바위 주변을 고무 보트로 빙빙 돌며 떠내려간 놀이기구들을 다 수거해가지고 돌아왔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던 시커먼 물속의 광경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매혹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필히 꽤 큰 물고기들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바위 위에 걸터앉아 낚시줄을 드리우면 큰 놈 하나 잡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욕심이 생겼지만, 낚시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기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설사 잠수경을 갖고 있었다 하여도 두려움에 그 시커먼 물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만약에 저 강가에 살고 있는 소년이었더라면, 그러면 저 바위 주변을 계속 맴돌았을 것 같습니다. 그 안의 물속에 잠겨 있는 바위의 밑둥으로 파고 들어갈 용기는 쉽사리 내지 못하고, 줄곳 그 주변만 오래도록 맴돌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다가 어쩌면 한 번 용기를 내서 그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봤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안에 숨어있던 커다란 대왕메기 한 놈을 발견하고 흥분해 날뛰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마 옆에 여자 친구 순이라도 있었다면 객기를 부려 그리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럴 용기를 한 번도 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구요.

내 마음 속에도 저 바위 옆 물속과 같은 그런 장소가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도 않지만 분명히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그런 장소, 조금 용기를 내면 충분히 그 안으로 들어가볼 수도 있을 만 한, 그런 장소 말입니다. 남들 눈에 잘보이고자 객기 따위 부리지 않고, 그 깊은 장소로 들어가볼 수 있을까요. 그 안에는 아마도 나의 두려움과, 나의 설레임,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선물 같은 것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도 저 강물 속에 거대한 대왕메기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