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3)
 

 © Suk Hoon Han                                                                                                                                                                                      

작년에는 리버빌 2호점 앞 강물에서, 이따금 잠재된 채집경제적 재능을 발휘하곤 하는 아내가 조그만 납자루를 5마리나 잡았습니다 - 그것도 잠자리채만을 이용하여. 그놈들은 한 해가 꼬박 지난 지금까지 우리집 거실의 어항 속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다른 열대어들에 비해 성질이 거칠어서 따로 떼어놨는데, 어쩌다가 어항 밖으로 점프하여 뛰쳐나오는 바람에 어항 위를 방충망으로 막아놨습니다. 이번에 그놈들 이웃을 몇 마리 더 잡아다 집어넣어줄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컨디션이 안좋아 적극적으로 물에 들어가지 못했고, 제가 페트병 잘라서 만든 덫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해서 결국 빈손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다만 펜션 주인장께서 다슬기도 어항에 키울 수 있다 하시길래 그놈들만 몇 마리 잡아다가 집의 어항 두 개에 분산해서 넣었습니다. 애초에 딸들 위해서 조성했던 어항들이 이제는 애비의 취미생활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리버빌 강변에서의 둘째 날, 물가에다 아예 텐트와 그늘막과 파라솔로 3중 베이스 캠프를 설치해두고 해질 무렵까지 아이들과 놀았습니다. (사진의 언덕 위에 보이는 하얀 집이 리버빌 펜션 1호점입니다.) 기온이 30도에 근접했지만 폭염은 아니어서, 아이들은 물놀이 하다가 이따금씩 텐트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곤 했습니다. 청명한 여름 날에는 대낮의 텐트 안 공간이 찜질방 구실을 하더군요. 아이들을 고무보트에 태우고 강의 상·하류로 1km 가까이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강물에서 노는 이들은 오직 우리뿐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바로 그러한 소중한 고요를 찾아 계획하고, 시간 내고, 돈 들여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구요.

5박째 저녁에는 아이들 씻기고, 텐트와 튜브들을 거둬서 도로 차 트렁크에 싣고나서 펜션 뜰에서 고기를 구어 먹었습니다. 그날 밤, 둘째 나나는 꿈 같던 여행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싫어서, 집에 돌아가기 싫다며 떼를 쓰더군요. 아이의 행복감을 깨뜨리기 싫어서,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여 겨우 고이 잠자리에 들게 했습니다. 이땅에 이렇게 장기간 여름 바캉스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는 것, 아니 아예 바캉스를 가지도 못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애비는 감히 귀갓길이 아쉽다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