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 온천
 

 © Suk Hoon Han                                                                                                                                                                                      

주왕산 산행을 세 시간 여 한 뒤, 국립공원 입구의 냉방이 잘 된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고 다음 행선지로 차를 몰았습니다. 폭염 속의 산행에 지쳐버린 처자식들은 시원한 차 안에서 모두 잠들었고, 그래서 덕분에 아이들의 '아이돌' 가수 노래가 아닌 저의 MP3 플레이어를 연결하여 모처럼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고요한 심기로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들을 사랑해도 그애들의 음악적 취향에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특히 청각이 까다로운 저로서는. 약 두 시간 여 달려서 울진의 내륙에 위치한 백암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산중의 외로운 관광지인 백암도 이날은 폭염에 쩔어있었고, 높은 불쾌지수 탓인지 콘도 앞 주차장에서는 경상도 아줌마와 아저씨가 주차 시비로 언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에 짐을 풀고 나서 처와 아이들을 온천욕장으로 데려다 준 뒤, 저는 혼자 방으로 되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했습니다. 워낙 뜨거운 물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날처럼 땀에 쩔은 날엔 더더욱 온천욕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온 가족이 더위로 늘어진 이날 밤에는 치킨을 배달시켜서 콘도 방에서 밥을 해먹고, 노트북 영화 또 한 편 본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