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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만

광주MBC에서 오륙 년 전에 제작한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인 '굿'을 얼마 전에 다운받아 시청했다. 거기에 다음과 같은 훌륭한 샤만(무당)들의 말씀이 나온다. (따옴표 안은 무당과 학자들의 말이고, 나머지는 내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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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일이 힘들어서 쉬고 싶어도 찾으면 가야죠."

노래로, 춤으로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냈던 사람, 그가 바로 무당이다.

무당: "구역을 담당한 무당으로서 돈이 없다고 [굿을] 안해줄 수가 있겠는가, 내가 보기에 그들이 꼭 굿을 해야 쓰겠더라. 안하고 나면 내가 못하고 죽는다는 한이 맺히겠더라."

전라도의 세습무들은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느 농부와 다를 것 없다. 고된 농사일에 지친 몸으로 굿판에 섰고, 자신의 몸 아픈 것을 돌보지 못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서러울 때는 알 수 없는 천대와 멸시가 쏟아질 때였다.

무당: "[혹자는 굿을 보고] '그 못된 짓거리'라고 하거든요. 제일 가슴이 아플 때가 그 때예요. 어떻게 해서 못된 짓거리입니까? 내가 하라는 것 아니고 자기네들이 와서 사정해서 저는 간 사람입니다. 내 입으로 굿하시오 말 안하거든요 .... 나는 어떻게 했건 그 사람들을 축원할 때 정성껏 해준 거요. 거짓말을 했건 참말을 했건 최선을 다해서 땀을 흘려가면서 그 집 일을 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것이 못된 짓거리입니까."

가장 낮은 자리에 있다가 호미를 던지고 무당이 된 이들, 그들을 위한 굿판은 없었고, 사람을 위한 굿판에 그들이 섰을 뿐이다.

학자: "무속엔 저주가 없고 귀신들을 먹여서 보낸다, 무속은 계속 화해하고 달래고 이게 주이기 때문에 신들린 무당이라고 무서운 건 없다 .... 신들린 무당이나 세습무나 굿의 목적은 신과 인간의 만남이다."

무당: "없는 중생도 구해주고, 아픈 사람도 낫게 해주고, 죽을 사람도 살려주고, 이런 좋은 일을 하고 가정을 지키고 살라는 거지, 나쁜 일을 하라고 신이 오는 건 아니거든요."

(무당의 내력) 단군이 죽고 난 뒤부터 사람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무당이 생겼다고 한다. 어려울 때 굿을 연 것은 무당이나 무당의 신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학자: "사람이 신에게 가는 게 아니예요, 신을 오게 해요, 인간의 세계로. 이게 우리 무속의 독특한 철학, 인간 중심적이고 현재 중심적이고, 그것도 사람이 직접 가서 오십시오, 오십시오 하는 게 아니라 무당을 시켜서 오게 해요. 이건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신하고 직접 만나는 것이 싫어서 그런다, 무서워서 그런다 그럴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도도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늘 외래종교를 앞서 받아들였던 지배계급들은 민중들이 굿판을 열고 모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때문에 그 중심에 있는 무당을 더욱 천대시 했는지 모른다.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는 말이 생기고 굿(조선 전통 신앙)이 탄압되기 시작했다. 조선인의 신앙을 신사참배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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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실천한 사회적 기능과 내가 나의 사회적 기능으로 자임한 것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즉, 인간이 직접 신과 만나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나는 우리 내면의 신적 존재를 포착하는 것을 지향할 따름이다. 유불선 뿐 아니라 근대에 수입된 서양 종교인 기독교마저 한국인과 신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면, 어쩌면 이 땅의 민중은 새 시대의 무당을 필요로 할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당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자 할 뿐, 내가 스스로 무당의 자질을 지녔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수행 길에서 21세기 한국 땅의 샤만들이라 할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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