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 Suk Hoon Han                                                                                                                                                                                      

친절한 주민의 설명을 듣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간 우리 사회의 지배집단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농업 고사(枯死)전략을 밀어부쳐왔다고 추측했었다. 그간의 일련의 FTA 조약이라는 것들은 배타적으로 산업자본만을 중시하여 농민을 철저히 소외시켜왔다. 결과적으로 피폐한 농촌에 남아있는 이는 70대 이상의 노인들 뿐이다. 난 이러다 우리 농촌이 완전히 망해버리는 건 아닌가 우려했다. 헌데, 모두가 도시로 몰려가서 피터지게 경쟁하다보니 그 '레드 오션'에 질려버린 이들 중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농촌으로 회귀하는 귀농 인구가 증가하게 됐고, 그들 중에서는 도산서원 앞의 범람지 개간과 같은 혁신적인 생산활동을 감행하는 이른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구현자들도 출현하게 된 것이다. 결국, 농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도시 서민들의 생활이 바닥을 치는 급박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농촌의 세대교체와 갱생의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말이지만, 지금껏 우리의 농촌을 맡아주었던 노년층은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들이 어렵게 보존하여 후대에 건네준 농토에 활기 찬 젊은이들이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게 되지는 않을까? 역설이다, 파국으로 몰아갈 때 비로소 새롭게 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온갖 '구조적 모순' 속에서만 사람은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낸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