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채석강 (1)
 

 © Suk Hoon Han                                                                                                                                                                                      

셋째 날 아침, 리조트 풀장에 대한 미련을 못 떨치는 아이들을 질질 끌고 채석강 앞의 격포 해수욕장으로 나갔습니다. 고가의 리조트에 비해 해수욕장은 완전 무료인지라 애비로서는 훨씬 즐거웠습니다. 일단 바닷물에 발을 한 번 담그고 나니 애들도 금세 이곳에 매혹돼서 군말 않고 놀더군요. 썰물 때여서 해안에 발이 묶인 물고기들이며, 게, 집게, 조개 등을 잡고 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을 놓아두고, 저는 좀 한가로이 채석강 주변을 거닐 수 있었습니다. 처서가 지난 지도 몇 날이 됐지만 아직도 해수욕 하는 데 무리가 없는 더운 기온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동일한 절기에 바캉스를 떠나 무더위 속에서 물놀이 잘 했었는데 올해에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과거의 절기 구분이 더 이상 고유한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 탓이겠지 싶습니다. 기후와 생태계의 변이에 대해 막연한 우려는 갖고 있지만 9월이 다 돼서도 해수욕하러 놀러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뻐하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봅니다. 인간이 원래 다 그런 것인지. 나만 쬐그마한 것인지.

후자가 정확한 관찰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