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도산서원
 

 © Suk Hoon Han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최근 들어서는 8월 20일 이후 1주일이 피서 여행가기에 최적의 날씨를 제공해줍니다. 비도 별로 안 내리고, 무더위가 이어져 물놀이하기에 딱입니다. 이는 제가 어렸던 수십 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현상입니다. 예전에는 8.15가 지나면 기온이 떨어져서 물놀이를 다니진 못했죠. 허나 이제는 9월초까지 폭염이 이어지지요. 이번 여행도 그런 면에서 최적의 날씨 조건 속에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씨가 물놀이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밖의 '문화 관광'에는 큰 장애로 작용했습니다. 그 장애를 바로 첫날의 일정에서 만났으니, 바로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었습니다.

첫날은 경북 영주까지 고속도로로 간 다음에 국도로 안동의 도산서원을 찾아갔습니다. 도산서원은 인적없는 산속에 숨어있는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행선지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날 경북 지역 기온이 36도를 육박하는 통에, 서원 내에서 발걸음 움직이기가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최근 들어 수업에서 퇴계의 주자학에 관해 논해왔고 하여, 도산서원은 저에게 매우 의미있는 답사 장소였음에도, 우리 식구들 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학습 의욕을 내지 못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헉헉거렸습니다. 다행히 서원 내의 퇴계 유품 진열실이 냉방이 잘 돼있어서 잠시 열을 식히고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원 앞의 강을 바라보는 벤치에 앉아 있으니 강한 강바람이 불어와주어 주변의 풍광을 조금 더 음미하며 머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위에 쫓기듯 차로 돌아와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안동시내로 떠났습니다. 퇴계 고택도 잠시 들렀지만, 아내와 첫째 시시가 차 밖으로 나가기 싫다 하여 제가 둘째 나나 손만 붙잡고 간단히 돌아보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도산 서원으로 향할 때에는 성리학의 '경(敬)'을 깊이 음미해보고 오려는 욕심을 품었습니다만, 전혀 그리 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나중에 시원한 계절에 다시 가보려 합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