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1)
 

 © Suk Hoon Han                                                                                                                                                                                      

이번 여행의 최종 종착지를 금산으로 잡은 이유는 작년에 같은 곳의 강물에 앉아 바라보던 지는 해를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아이들 위주로 일정을 잡고, 늘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서 여행을 떠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그것도 일년 전에 와봤던 곳을 고집했습니다. 그만큼 작년 여름에 이곳 적벽강(금강) 강물에 몸을 담그고 느꼈던 자연과의 합일감은 황홀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아주 재미있게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제 뜻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혼자 여행 다닐 때 찾아나섰던 대학 동창과 오랜 만에 재회했을 때 그가 들려준 많은 이야기들이 다 인상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농사지으며 살 때 산골의 논물에 발을 담근 채로 바라보던 석양에 대한 이야기가 뇌리에 각인됐었습니다. 그래서 강물에 몸을 담그고 친구의 흉내를 내봤더랬습니다. 헌데 올해에는 작년만큼 덥지 않아서 오후 5시쯤 되니 찬 바람이 불더군요. 결국 해질 때까지 물속에 들어앉아 있지는 못했습니다. 검푸르고 뜨듯미지근한 강물속에 앉아서 해넘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차후로 미뤘습니다. 그러나 물론 아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으니 그리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